

“내 모든 과거와 헤어질 결심"
지방 양복점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뉴욕 유학 중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하필 그 타이밍에 결혼을 약속했던 캘빈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까지 당했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있을까. 넋이 나간 채 일에만 파묻혀 지내던 시절, 매일 책상 위에 놓인 주스 한 잔의 정체가 원호였다는 걸 3개월 만에야 알아챌 정도로 무디게 버텨왔다.
“기회 되면 밥이나 한번 먹죠.”
그렇게 원호와 처음 식사를 했고… 오랜만에 데이트 비슷한 걸 하고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웃었고, 몇 달 뒤엔 그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원호와 결혼해 토탈웨딩업체 ‘지앤화이트’를 창업했고, 난임 끝에 결혼 4년 만에 기적처럼 자연 임신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홀로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하던 도중에 아이를 유산, 그때 원호가 곁에 없었다는 사실 하나가 지금껏 결혼 생활에 지워지지 않는 균열이 됐다. 그 균열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고.. 결혼 7년 차,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이혼 그까짓 거 마음만 먹으면 속전속결일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의 연속에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간다.

“우리 관계는 이미 찢어진 드레스”
드레스의, 드레스를 위해, 드레스를 만들려고 태어난 남자.
드레스 치수는 눈 감고도 재지만 여자의 마음은 1미리도 가늠을 못하는 여알못.
미영을 처음 본 순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반해, 상처투성이였던 그녀를 자신이 다 치유해주겠다며 결혼을 서둘렀다. 신혼 초부터 아이를 갖기 위해 애썼지만 쉽지 않았고, 미영의 제안으로 함께 지앤화이트를 창업해 회사를 자식처럼 키웠다. 기적처럼 미영이 자연임신에 성공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태어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더 몸을 갈아서 일했고 그사이, 미영이 유산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다.
미영은 아이를 잃은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고, 미영의 원망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던 원호의 마음도 점점 차갑게 식어간다.
‘아이를 잃은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나도 엄연히 아이의 아빤데.’
무늬만 부부지 실상 남이나 다름없는 쇼윈도 부부생활을 이어가던 중, 어느 날 미영에게 일방적인 이혼 통보와 함께 이혼 소장을 받는다.
어떻게든 이 결혼을 지키려 애썼던 지난 7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며,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맞불 작전을 놓기로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너만 남자 있냐? 나도 여자 만난다!
그러나 싸움이 과열될수록 원호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지키고 싶은 건지조차 모르겠는 깊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한마디로 고독한 늑대다.
드레스 치수는 눈 감고도 재지만 여자의 마음은 1미리도 가늠을 못하는 여알못.
사돈의 팔촌까지 정·재계를 두루 섭렵한 화려한 가문의 사생아로 태어나, 이복형제들의 밥이 될 뻔한 처지에서 캘빈 호텔의 CEO로 우뚝 서기까지… 혹독한 적들을 더 냉혹하게 무찔러가며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 어떤 대형 사고가 덮쳐도 감정적인 동요가 전혀 없는 냉소적인 남자. 이런 그에게 뉴욕 유학 시절에 만난 미영은 그 자체로 ‘기적’이었다. 내 마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치게 하고, 나를 울게도 웃게도 한 최초의 여자. 그런 미영과 행복한 미래를 꿈꿨었지만, 이복형제들이 놓은 덫에 걸려 피눈물을 삼키며 미영을 놓아줘야 했었다.
그 후로 7년. 다시 마주하게 된 미영 앞에서 애써 외면했던 감정이 다시 스멀스멀 되살아나는 걸 느낀다. 거리를 두려 하면 할수록 미영을 향해 돌진하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다.

“예술도 사랑도… 원래 비극이 더 아름다운 거예요”
내 인생은 오롯이 내꺼. 세상의 구닥다리 잣대 따윈 거부한다.
비록 명문 패션스쿨 입학은 실패했어도, 내가 찍는 사진, 내가 쓰는 글로 정면 승부하면 된다고 믿고 아득바득 노력해서, 결국 성공했다. 꿈을 이룬 젊은 사진작가로.
그리고 성공해서 다시 만났다. 내 습작품을 쓰레기 취급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 과거의 좌절한 내게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 사람, 지원호 아저씨. 처음엔 그냥 고마운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는데… 사진, 드레스, 좋아하는 작가, 예술품 등등 예술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때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특별한 사이가 돼 가는 기분이다.
만약 내 이런 감정이 사랑이라면… 우리 사이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유일한 롤모델이 점점 등신이 되어가고 있다”
원호를 롤모델 삼아 그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원호의 키링남.
경태의 눈엔 원호가 이 시대 최고의 드레스 디자이너다. 그가 손대면 보잘것없는 천 쪼가리도 눈부신 예술작품으로 바뀐다. 타고난 천재, 원초적 예술 감각. 지원호 그는 그저.. 빛.
원호를 학창시절부터 줄곧 따라다닌 경태는 원호의 밀라노 유학길까지 따라나섰었고, 원호와 세계를 휩쓰는 거장 디자이너 콤비가 되기를 꿈꿨었지만, 기대와 달리 원호는 미영과 결혼하고 부부회사를 창업한다.
꿈이 좌절된 건 아쉽지만 원호의 회사에서 일하면서 원호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경태.
밀라노까지 포기하고 감행한 선택인데, 경태가 지켜보는 원호의 결혼 생활은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는다.
불안하다 싶더니 결국 이혼소송에 돌입한 두 사람.
이쯤 되면 롤모델이고 뭐고 그냥 내 갈 길 갈까 싶지만.. 그래도 끝까지 원호의 곁에 남기로한다.

“미영아, 실패한 이혼은 실패한 결혼보다 더 최악이야”
겁 없고 물불 안 가리는 화끈한 성격에, 실리와 이해타산에 밝은 현실주의자다.
올해로 이혼 2년차. 4살 난 딸 햇살이를 키우며 친구 미영의 부부가 운영하는 웨딩샵에서 실장으로 재직 중.
미영이 원호와 이혼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머릿속 계산기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둘이 갈라서면 동업 관계도 당연히 쫑날 텐데… 의리를 생각하면 당연히 미영이 편이지만, 생계를 생각하면 디자이너인 원호를 따라야 할 거 같기도 하고. 이쪽? 저쪽? 소송이 진행될수록 어찌 더 헷갈린다. 그런데 정말 정말 헷갈리는 건 당사자 둘의 진짜 마음이다. 미워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혐오하는 건지 질투하는 건지… 정작 두 사람은 자신들의 본심을 아직 못 깨달은 듯한데…
그럼 이것부터 제대로 알고 가는 게 순서네. 그렇다면 이혼 선배로서 이 송아리가 슬~ 한번 나서 봐?

“딱 보니 이혼당할 상이구만!”
서울대 법대 출신. 돈보다 사람, 밥보다 소주가 좋은 재야의 고수, 변호사계의 이무기다.
한창때는 인권, 국선 변호사 하다가 지금은 동네 변호사 간판 달고 이거저거 다 한다. 법에 무지한 이웃들, 눈 어두운 노인들… 부동산 계약서부터 자식이 보낸 편지 한 장까지 하나하나 읽어주고 설명해준다. 아무리 하찮은 사건도 일단 수임하면 지는 법이 없다. 더디고 느린 거 같아도, 괴짜 같고 사짜 같아도 대형 로펌 변호사들도 꼼짝 못 하게 하는 한방이 있다. 그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
그가 원호를 처음 봤을 때, 한눈에 원호를 알아봤다. 이놈. 개 같은 놈.
진짜 어릴 적 키우던 개 복실이 같았다. 그저 좋다고 꼬리 흔들고 왔다가 혼내면 도망갔다가 또 밥때 되면 왔다가… 겉으론 투덜대도 곧잘 따르는 게 심성은 고운 놈이다. 결혼 생활도 그랬겠지. 어느 한쪽이 무너지고 기울어도 해야되는 거면 그냥 하는 놈이다, 이놈은.
분명히, 이놈도 상처가 있을 텐데. 마음 어느 한구석이. 무너지고 곪은 채로 그냥 방치된 곳이. 이 꼴통 자식이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 말로는 와이프가 나쁘다 어쩐다 하면서 혼자 다 짊어지고 갈 심상인 듯한데… 이놈아… 니 눈엔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나 이래 봬도 이혼소송 사건 승률 백프로다 임마…!

“배우자도 변호사도, 더 좋은 걸로 갈아타시는 게 이득이세요”
학력, 재력, 실력에 외모, 언변, 배짱까지 모든 걸 갖춘 육각형 변호사다.
로스쿨 다닐 때 나 집적거리던 놈들… 은근히 몸매, 얼굴 평가하면서 성희롱하던 놈들 다 법조인 돼서 잘 먹고 잘산다. 정의구현? 그딴 거 개나 줘버려~. 난 그저 의뢰인의 행복과 따뜻한 내 계좌를 위해 열심히 일할 뿐이다. 이혼 변호사로 3년… 수많은 사건을 수임했고, 그 많은 소송에서 한번의 실수도 없이 퍼팩트하게 이겼는데 하필 가장 큰돈이 걸린 거물 의뢰인의 소송에서 뼈아픈 첫 패배를 겪어야 했었다. 그때 패소의 충격으로 두 번 다신 교만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지금의 ‘찾아가는 변호사’가 되었고, 백미영이라는 드레스샵 대표를 의뢰인으로 만나게 된다. 그런데 그때 저쪽 답변서에 적힌 이름을 보고 알게 된 것이다. 저쪽의 변호사가… 그때 그 늙수그레한 이무기… 내 생에 최초이자 최악의 실패를 안겨주었던 그 할배 변호사란 것을.
어라… 이번이야말로 그때의 수모를 되갚아 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저기요 미영 씨… 잘 생각해봐요. 미영 씨가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이유를…

“누구나 자신만의 화양연화가 있지 않겠어요? 오…빠?”
요즘에도 그런 시어머니가 있어? 의 바로 그 시어머니다.
내 아들 귀한 줄은 알고 며느리 귀한 줄은 잘 모른다. 선을 좀 많이, 자주 넘는 타입.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어 아들 둘만 보고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망할 놈들. 이것들이 이혼 귀신이 붙었다. 첫째도 이혼인데 둘째까지 이혼 소송중.
그래도 둘째는 좀 다를 줄 알았다. 첫째야 워낙 문제가 많았지만, 둘째 원호는 일방적으로 이혼당할 이유가 하등 없다. 속된 말로 눈 뜨고 코 베인 격! 오히려 이쪽에서 이혼을 청구해도 모자랄 판에, 뭐? 시모와의 갈등? 웃기고 자빠졌네… 내가 한 번은 당해도 두 번은 안 당한다.
둘째 담당 변호사까지 찾아가서 단도리를 해야지 했는데… 근데 웬걸… 거기서 놀라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둘째의 변호사가… 다름 아닌 내 첫사랑 수지 오빠…내가 우리 동네의 오드리 헵번이었다면, 수지 오빠는 알랭 들롱이었지… 게다가 서울대 법대. 오빠는 대학 가고, 나는 시집가고… 그렇게 영영 못 볼 줄 알았던 인연을 이렇게 몇십 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오빤 어쩜 인생도 알랭 들롱이네… 아직도 싱글이야? 멋지다 오빠… 여전히… 아니, 그때보다 더.
생각해보면, 자식 인생도 다 지들 인생이지… 나이 환갑 넘어서 참견해서 뭐 해. 나도 이제 나만의 인생을 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너에게 한우를 구워준다면 그 사람이 바로 너의 사람이다”
먹는데 진심이다. 굴비 하나 구워놓고 뜨거운 물에 밥 말아 먹을지 찬물에 밥 말아 먹을지 세상 심각하게 고민한다. 현재는 이혼하고 다섯 살짜리 아들 하늘이와 미순의 집에 같이 얹혀살며 미순이 운영하는 ‘지화자 모텔’의 잡무를 돕고 있다. 사람들 이런 승호의 처지를 은근 동정하지만, 정작 승호는 삶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 하늘이 등원시키고 모텔 퇴실 청소하고 손님들 받기 전까지, 이 꿀맛 같은 골든 타임에 맛있는 것도 해 먹고, 좋아하는 영화도 보고, 혼자 옥상 해먹에 누워서 구름 감상 타임을 갖는다.
동생 원호가 늘 미순의 자랑이었다면, 승호는 늘 미순의 ‘화상’이었다. 끊이지 않는 사고로 미순을 늘 부글부글 끓게 했던 승호가 역대급으로 미순의 마음에 화상을 입힌 사건은… 바로 전처와의 이혼이다. 그런데 동생 원호가 갑자기 이혼 위기란다. 승호가 이혼했을 때도 미순은 가슴을 치며 슬퍼했는데 미순의 유일한 자랑인 원호가 이혼하면? 승호는 상상도 하기 싫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이 상처받는 거… 이젠 더는 안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움직여야 한다.
최고의 맛집을 고를 때보다 더 비상해져야 한다.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